심리묘사가 환상이었던 영화, <오펜하이머> 리뷰
추석에 심심하기도 하고 롯데시네마 티켓이 한달에 한번 무료라서 조조영화로 한타임 때리고 왔다.
그냥 요즘 볼 영화가 없어서 오펜하이머라도 뒤늦게 보자 라는 마음으로 갔다.
3시간 짜리 영화라 사실 지루하면 어떨까 싶었다. 인터스텔라도 중간에 지루함이 없지는 않았다.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물리학자다.
이 영화는 이 인물의 일대기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전기 영화다.
꽤 많은 부분이 실제와 비슷하게 만들어졌다.
찾아보니 실제 인물과 비슷한 느낌의 배우들도 많이 고용했다.
처음에는 독일 대학시절 적응하지못하는 모습들이 있었다.
그러다 닐스 보어 교수에 눈의 띄어 다른 대학으로 가서 그때부터 여러 논문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며 거기서 양자영학 교수가 된다.
그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 양자역학은 좋은 취급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게 되고 핵무기가 화제로 떠오르면서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수장을 맡게 된다.
그리고 2년간의 세월 동안 여러 저명한 과학자 동료들을 모으게 되고 맨해튼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치게 된다.
트리니티 실험에 대한 고뇌와 어려움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는 오펜하이머의 심리적인 어려움들.
특히 트리니티 실험 씬에서 이루어지는 배경음악을 통해 나타나는 오펜하이머의 심리의 표현은 나도 숨이 막힐 정도였다.
영화 전반적으로 웅장함과 큰 소리를 적시적소에 잘 표현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에 더 잘 몰입할수있도록 장치를 만들어놓았다.
이 영화는 단순히 핵을 만드는 과정과 성공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펜하이머의 일대기가 핵심이다. 오펜하이머 라는 사람을 굉장히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수많은 인간관계로 어려워하고 불면증과 정서적으로 불안한 것으로 힘들어하는 모습들이 정말 많이 표현이 된다.
이 영화는 흑백 장면(현재)와 컬러 장면(과거)가 교차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다가 중반부부터 과거와 현재가 합쳐지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성공한 오펜하이머를 시기하는 세력간의 정치적인 마찰
그리고 그 과정중에서 겪는 오펜하이머의 심리상태
그런 것들을 너무 잘 표현한 영화였다.
본인이 바라지 않던 큰 영향력을 가진 과학자.
생각보다 큰 무게의 자리
윤리적인 고민과 자책
수많은 생각들이 주인공을 괴롭힌다.
무대씬에서 나타나는 오펜하이머의 심리묘사는 정말 인상깊었다.
그리고 후반부에 청문회에서 나오는 갈등과 압박에 대한 모습도..
관객이 심리불안이 있으면 위험하지않을까 싶을정도였다.
나도 심장이 많이 아팠다 여러번 ㅎㅎ..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오펜하이머 영화를 상징하는 대사다.
프로메테우스의 대사를 그대로 가져온 표현인데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였던 오펜하이머에게 딱 맞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세상에 쉬운건 없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도 있는데 사실 우리는 굉장히 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것 같다. 핵무기는 진짜 위험한건데 왜 개발했고 왜 사용했을까? 죄책감이 없을까? 이렇게 생각을 많이들하고 솔직히 나도 그런 생각을 꽤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 국민들을 지킬려면 그렇게 했어야만했다. 그리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핵개발에 참여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펜하이머는 그 대가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했고 정서적으로도 많이 불안정했다.
나는 저시대로 돌아갔으면 수소폭탄 개발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너무나 불확실한 수많은 선택지 중에 그나마 가장 안정한 선택지를 골라야하는 상황인것이었다. 그당시에는.
오펜하이머는 오펜하이머의 일대기의 여러가지 서사와 그 가운데있는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아주 잘표현한 영화이다.
그리고 과학과 정치 두가지 이면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시나리오 자체도 굉장히 재밌었다.
3시간 짜리 영화지만 몰입해서 보다보니 2시간 50분이 지난뒤에야 처음으로 시계를 봤다.
나는 개인적으로 올해 영화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영화였다.
추천한다, 오펜하이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