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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감명깊은 앨범, Deepflow의 정규 4집 <FOUNDER>음악과 일기/힙합 2021. 8. 15. 23:40
명사 founder의 사전적 의미.
founder 미국∙영국 [ˈfaʊndə(r)] 영국식
중요1. [명사] 창립자, 설립자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나는 '메세지'를 첫번째로 꼽는다.
그렇다면 메세지가 없는 음악은 음악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메세지는 부족해도 사운드적으로 좋은 노래들이 현 힙합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것같다.
하지만 올드한 또는 하드한 리스너들은 메세지와 사운드 둘다 만족하는
그야말로 '마스터피스'에 목말라 있을 것이다.
이번에 리뷰하는 딥플로우의 <FOUNDER>는 이런 마스터피스의 범주에 들어갈만 하다고 본다.
나는 이때까지 저스디스와 VMC의 디스전에서 완전히 저스디스 편이었다.
하지만 이 앨범을 이번에 듣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버지는 대단한 존재다.
딥플로우는 VMC의 아버지다.
deepflow 4집 founder의 앨범 커버 앨범이 리스너들을 잡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첫번째 트랙을 활용하는 것이다.
첫 곡은 앨범자체의 분위기를 이끌기 때문에,
이 첫 곡으로 앨범에 흥미를 가지게 함으로써 독자들을 앨범에 사로잡게 하면 좋은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명반, 수작들은 첫번째 트랙들이 다 너무 좋았다.
피타입의 <heavy bass> - 서시
dead'p의 <Undisputed> - Intro
jazzyfact의 <life's like>- A Tribe Called Jazzyfact
저스디스의 <2MH41K> - motherfucker
씨잼의 <킁> - 가끔 난 날 안 믿어
테이크원 <녹색이념> - 섬광
쿤디판다&비앙의 <재건축> - RANDOMCALL
허클베리피 EP <점> - Base Camp
Dpr Live 2집 <Is anybody out there?> - here goes nothing
제이클레프 <flaw,flaw> - flaw,flaw
이센스 <이방인> - COLD WORLD
가리온 1집 <garion> - 가리온
(필자가 생각하는 명반들의 첫번째 트랙들)
또한 앨범단위의 작업물은 유기성이 존재해야 그 앨범으로서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like 테이크원의 상업예술, 저스디스의 2MH41K)
founder는 흐름이 너무 매끄럽고 자연스러워서 하나의 긴 서사의 스토리가 농축되어있다고 느껴졌다.
그부분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GXUv4-gS6k
첫번째 트랙부터 죽여준다.
dpr 2집 첫 트랙을 들었을때는 인터스텔라같은 우주 영화가 생각났는데
이건 마치 미국 서부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인트로다.
모두 공평히 rap으로 벌기 힘든 시대 -Panorama 中-
1st 트랙 Panorama에서는 딥플로우가 힙합씬에서 걸어왔던 상황, 대략 3집 양화를 냈을때 까지를 설명하고 있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정적으로는 본인이 가장이 되고,
힙합 MC로써는 경쟁자들에게 밀리고 돈벌이도 안되는 열악한 환경이다.
3집 '양화'는 그렇게 준비한 앨범이다.
첫번째 트랙으로 본 당시 VMC는 지금과는 다른 느낌이다.
두번째 트랙은 VMC를 설립했을때의 열악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딥플로우는 현실적인 문제, 특히 돈문제 를 해결해야했다.
유통투자 미팅은 대출심사 같고
매출이란 없던 우리 음악의 신용등급은 warning
TV용 가수가 없다며 곤란해들 하네
우리 열 명에게 책정된 건 five hunnit-500 中-
곡 제목 500은 당시 VMC의 몸값을 의미한다.
돈 문제는 세번째 트랙에서도 나타난다.
저예산이라는 의미의 low budget. 5년전의 딥플로우와 VMC의 삶은
촬영할 장소를 대여할 금전이 부족해서 열악하게 찍은 저예산 영화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점점 VMC는 유명해지고, 수입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들의 땀과 노력이 보상받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세번째 트랙 low budget은 이센스 <The Anecdote> 앨범의 Nextlevel와 느낌이 비슷했다.
그들이 살아왔던 삶, 노력했던 삶 그 자체를 담백하게 뱉는다는 공통점도 있고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0vtoDqnRgE
4집은 3집의 '작두'와 같은 킬링 트랙이 없다고 하는데 '품질보증'이 개인적으로 킬링 트랙이었다.
오디와 넉살의 쫀득한 랩이 귀를 즐겁게하고 듣는 내내 계속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넉살의 엇박은 진리다.5번째 트랙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은 VMC를 창립하면서 겪은 쉽지 않았던 경험을 말하고있다.
한 집안의 가장은 돈 문제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보험, 등본, 각종 서류들을 관리 해야한다.
그거랑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딥플로우에게 VMC는 점점 가족 그자체가 되어가고 있다.
6번째 트랙 big deal, 3집 양화의 대박이후로 VMC는 점점 잘풀리기 시작한다.
딥플로우는 그야말로 자신의 실력으로 big deal을 따냈다.
누가 그의 커리어를 욕할 수 있겠는가
그냥 된 거 하나 없이, yeah
그냥 내가 따낸 거지 다
이젠 어딜 가도 big deal
어렵던 거 다 쉽지 이젠
누가 던져준 거 없이, yeah
전부 건져 든 건 역시 나
이젠 어딜 가도 big deal
세계 어딜 가도 big fuckin' deal, oh-big deal의 Hook-
7번쨰 트랙 harvest.
VMC의 성공은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는 과정이 되었다.
노력이라는 씨를 수확해서 돈이 되고, 인기가 되고, 명예가 되었다.
너 자신을 아껴, 다 구라지
태워버려, 그래야 일궈 나가지
10년 전에 나를 태운 난 새로운 나
그래, 이제 여기엔 누가 남았지?
10년 전에 제일 비싼 건 Nike
10년 뒤에 제일 비싼 건 나의 집-harvest 中-
이제 '그 주제'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딥플로우가 '뱀새끼'가 되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왜 딥플로우는 변하게 되었는가
8번째 트랙 BEP
딥플로우는 이제 언더그라운드의 꿈과 이상이 아닌
회사, VMC라는 가족을 위한 돈과 성공의 길에 오르게 된다.
좀 징그럽지, 너와 계산기 들고 말하다니
5년 전 우린 분명 같은 꿈을 꾸고
옆에 서있었지 나란히
하지만 이미 동생들 눈에
이제 난 상구 형이 아닌 사장님-BEP 中-
그래도 딥플로우는 과거보다 행복했다.
자기 사람들이 더이상 고생하지 않아도 되니까.이제 더이상 피똥싸지 않아도 되니까.
500만원짜리 피똥
다시 싸버렸지 힘껏
우리 취미는 너무 비싸
Welcome to the real life, yeah-low budget 中-
이제 9번째 트랙 Dead Stock에서 자세하게 나온다.
Dead Stock. 언더그라운드에서 바라던 돈보다 음악을 쫓던 시절.
그 '이상'이 밥먹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뱉고 있다.
반 고흐처럼 죽고 인정받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결과만 바라보는 저 사람들에게 나란 놈은
걍 못 뜬 놈이니 수면으로 뜨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새
분명 신념이 있었는데
형 난 이제 길 잃을 게 뻔한 내 자식들은 안 출산해-Dead Stock 中-
Dead Stock의 모든 벌스가 나이가 먹어가며 이상보다는
현실과 안정감에 무게를 둘수밖에없는 가치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딥플로우가 자신의 변화를 인정하고 그 사실에 후회가 없음을 말하고 있는 듯 했다.
물론 돈과 성공을 쫓게된 자신의 삶에 회의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돈과 성공의 끝은 없다. 돈은 벌어도 벌어도 나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들이 있고, 돈이 부족하다고 느낄때도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의 성공은 과거의 딥플로우가 바랬던 이상과는 거리가 멀것이다.
하지만 자신과 자신의 사람들이 피땀흘리면서까지 언제 도달할지도 모르는 목표를 좇는것은
어떻게 보면 멍청한 짓일 수도 있다.
딥플로우는 선택을 해야했다.
10번째 트랙에서는 자신의 회의감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첫번째로 너무 바쁜 삶에서 나오는 과거보다 적어진 서로의 친밀감.
너의 스케쥴은 알아도 너의 음악적인 부분은 챙겨주지 못하고 있는 부분.
수많은 만남과 작업, 그 가운데 있게되는 과도한 음주와 건강문제.
계속 빠지게 되는 가족들의 행사, 진심이 담기지 않은 연인에게의 선물.
음악적인 부분이 아닌 금전적인 부분을 더 챙기게 되는 나의 모습.
이런 나를 보면서 과거의 이상과는 더욱더 멀어져간다는 사실.
내 약속의 장소는 이미 먼 저편에
이젠 멋없던 걸 욕하던 내가 멋쩍게 돼
씨발 좀 아까워도 애초부터 다 내게 아니겠지-Dead Stock 中-
11번째 트랙 danger 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본인만의 색깔, 본인만의 길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 류상구는 변했지만 래퍼 딥플로우는 아직도 건재하다.
힙합 씬에서의 딥플로우의 이미지, 음악적인 모습.
상남자 스타일의 강하고 묵직한 그 느낌.
이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은 단연 마지막 곡인 Blueprint이다.
12번째 트랙 Pretext Interlude는 13번째 트랙과의 연결을 좀더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이런 요소들이 굉장히 마음에 드는데,
이번 트랙은 콘서트에서 딥플로우가 VMC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딥플로우가 VMC라는 회사에 대해 얼마나 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12번쨰 트랙부터 이어지는 13번째 트랙까지 들을때는 정말 알수 없는 감동을 준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트랙인 Blueprint.
Blueprint는 청사진이라는 의미다.
딥플로우라는 이 길고 긴 인생,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하는 FOUNDER이라는 영화는
청사진, 자신이 이루어놓은 결과물.
그 결과물은 결코 작지 않다.
VMC는 거대 레이블이 되었고, 현재 진행형으로 우수한 결과물을 뽑아내고 있으며
대중적인 인기도 가지고 있다.
피처링한 이로한과 같은 다음 세대들이 자라고있고, 딥플로우는 힙합씬의 거물이 됬다.
오래전의 류상구가 품었던 이상을 포기한 결과물이 이정도라면 꽤 뿌듯해해도 되지않을까.
딥플로우는 실제로도 그런 기분을 가지고 있나보다.
늦가을 날씨, 뜨거움은 갔지
나도 마침내 여유를 맞이해
식은 피자도 그 나름의 맛이
음미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 난 늘 미식가
잘 차려놓고 초대할게, 커진 우리 식당에
일찍 닫기엔 손님들이 많고 재료는 넘쳐
노다지에 찌를 던져, 때론 낚아채는 월척
점점 주는 걱정, 이젠 안심하고 인수인계
다음 세대와 지분 나눌 수 있게
내 청사진의 전제는 꼭 내 가족과 shooting
각자 다 달랐던 그 약속의 장소에
만약 내가 못 닿아도 여기 함께인 걸로 됐어 나는
날 대신하는 내 persona들-Blueprint 中-
Deepflow는 VMC라는 가족의 가장이었다.
딥플로우라는 한 래퍼의 일대기를 담아놓았던 앨범 <FOUNDER>
저스디스 - VMC 디스전은 사실 나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저스디스가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고취해서 승리할것만 같던 그 디스전도
결국 현실앞에 허리를 굽히고 말았다.
(sell the soul remix는 그런 의미라고 생각한다.)
DOPPELGANGEM의 머리, 아직 많지 부족한 면이
-저스디스 killingverse freestyle 中-
저스디스도 도플갱음의 수장이 되고
자신의 작품들이 '돈'이라는 결과물로 다가오니까 똑같이 현실적인 부분을 외면하지 못한게 아닐까 싶다.
그래, 둘다 현실적인 부분에 굴복한 면이 없지는 않다. 저스디스도 변했고 딥플로우도 변했다.
진짜진짜 변할것 같지 않던 18허승도 변했다.(ㅋㅋ..)
이 울림은 진짜 나한테 다르게 다가온다.
사람이란 존재는 정말 변하고 싶지않아도 변하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인생은 왕과 악마 사이를 오가고 I'm with it
나는 이미 어렸을 때
어른 되면 거짓말도 악마도 늘 걸 알고 있었네, damn-sell the soul remix 2021中-
하지만 그렇게 변한게 뭐 어떤가.
변함은 악마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도 꿈을 포기하고 나를 키우셨는데, 그걸 악마가 된다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면 변함은 쉬운가. 자신의 과거의 삶과 신념을 배신하는 행위 또한 굉장히 어려운 선택일 것이다.
꿈과 이상의 포기가 나와 나의 사람들이 예전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끌어내고,
주위 사람과 무탈하게 잘 지내게 하고.
또한 이뤄낸것도 정말 청사진 처럼 늘어놓을 수 있다면.
그것을 보았을때 또 다른 자존감과 성취감이 생긴다면.
'그런 변함'은 또 하나의 정답이다.
야 이 멍청한 이로한 몇 번이나 말해 만물은 변하기 마련 나도 뭐 다를 것 없고
- Rohann <변하지않아> HAON 파트 中-
변하는 게 많아 그런듯해 로한아 그러나 형도 되뇌려 해 난 변하지 않아 좋은 차도 결국 고철로 변하지 말야
허나 차 속 나의 추억들 절대 변하지 않아 빡 센 삶 속 거 절대 안 변한 거 하나
음악 가족 친구들에 대한 영원히 불탈 사랑
- Rohann <변하지않아> CHANGMO 파트 中-
Founder으로서의 책임감을 담아낸 이번 앨범은 그런 울림을 나에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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