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독서리뷰독서 2021. 9. 30. 23:44
장르를 섞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한국 음식, 유럽 음식, 남미 음식이 이렇게 있는데 이걸 섞어서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라? 그런데 그것이 맛이 좋아야한다니. 하지만 그런 음식이 가끔 새로운 풍미의 맛을 선물해주곤 한다. 그걸 성공한 요리사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표현해도 마땅할 것이다.
사실 나는 별 기대를 안하고 봤다. 그래서 뭔가 다 읽었을때 여운이 좀 깊게 온것 같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가장 큰 주제는 작가의 말에 써있는 것 처럼 외로움이다. 작가가 외로움을 전달하려고 했다면 독자로서 '외로움'하나는 정말 깊게 느낄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너무 안타까운 상황아닌가? 카야는 늪지 속에 홀로 고립되어야만 했다. 그녀가 잘못한것은 단 하나도 없음에도. 오직 새들과 조개, 나무들만이 그녀를 위로해줄 수 있었다. 원래 자연 속에 있는 것을 항상 꿈꾸는 나로서는 이 책에서 표현하는 자연이나 풍경들이 깊게 와닿았다. 주인공의 외로움 다음으로 와닿았던 것은 자연의 포근함이었다. 후반부에 감옥에 있을때도 주인공은 항상 자연을 그리워했다. 원래 자연이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것은 편안한 안식처인데 요즘 변한 세상에서는 그것을 가끔 잊는다. 그래서 그런 안식처로서의 자연을 많이 느낄수 있었다.
인터파크 책소개에서 사용되었던 이미지. 솔직히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내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은 시간이 교차적으로 반복되는 서술적인 부분이었다. 1952년도 이야기를 하다가 몇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1969년도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 알수있다. 미스터리 요소를 같이 넣었구나 하는 것을. 이건 좀 많이 새로웠다.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일으키는 역할로는 최고였다고 본다. 결말에서도 한건을 한다. 미스터리로서의 반전이 깔끔한 마무리를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좀 어색했다고 느낌이 드는 것은, 원래 이 줄거리가 가지고 있는 '궤'는 성장 스토리이다. 주인공 중심으로 전개되기도 하고 여러 갈등상황이나 심리적인 서술이 주인공 입장에서 전개된다. 그래서 굳이 미스터리요소로서의 부분을 넣었던 것은 뜬금없다고 느꼈다. 좀더 주인공의 서사를 다루면서 다른 반전요소나 어떤 메세지를 주면서 마무리를 했으면 더 자연스럽지않았을까? 그런 식으로 전개 되었으면 개인적으로도 더 이작품을 많이 기억하게 되었을 것같다고 느꼈다.
나는 성장 스토리가 너무 좋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루는 작품들은 인생의 위대한 무언가, 그 가운데 존재하는 뭉클함은 선물해준다. 카야의 삶도 결국에는 위대했고 아름다웠다고 느꼈다. 결국에는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도 자신의 운명을 흘러가는대로 두지 않고 자신이 선택했다고 볼수있으니까. 하지만 다른 식으로 갈등을 전개하고 카야의 삶을 좀더 아름답게 끝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초반부는 완벽했다. 후반부는 자연스럽진 않았지만 충격으로 어색함을 덮었다.
고 표현할수 있겠다.